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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음질 보존의 법칙 - 다인오디오 Focus XD

액티브 스피커의 패러다임 변화

흔히 액티브스피커라 하면 앰프가 내장된, 다소 “덜 하이파이적인” 편의성 위주의 것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이러한 선입관에는 PC스피커라고 불리는 저가형의 앰프/스피커 일체형 제품들이 크게 일조하지 않았나 싶은데, 막상 액티브 스피커가 가장 많이, 그리고 전문적으로 쓰이는 분야는 PA, 그 중에서도 레코딩/마스터링 스튜디오 등의 음악 작업공간이다.

음악 생산자 입장에서의 청취는 감상이 아닌 평가가 그 주된 목적이다 보니, 사용되는 모니터스피커 역시 음악적인 것 보다는 최대한 객관적인 것이 선호된다. 재생음이 얼마나 듣기 좋은지가 아닌 얼마나 정교하고 명확한가를 보다 따지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 때문에 모니터 시스템에 있어서도 최대한 변수라는 것을 줄여야 할 필요가 있다. 앰프 및 케이블링에 의한 음색 변화는 프로 오디오 모니터에서는 되도록 피해야 하는 방해꾼일 수 있는 것.

때문에 레코딩 환경에서의 프로 오디오, 즉 모니터 스피커는 앰프 내장형의 액티브 형태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근래에 들어서는 디지털 믹싱 기술의 보급으로 인해 DSP회로를 장착한 풀 디지털 제품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말하자면 녹음 단계부터 모니터링 스피커 끝단까지 모두 다 디지털 신호로 처리되는 환경인 것이다. 목적은 단 하나, 녹음/재생 사이의 원음 왜곡을 최소화 시키기 위해서이다.

컨버팅을 최소화 하기 위한 노력

이러한 시그널 프로세스 트랜드는 하이파이 오디오 분야에도 속속 그 형태를 드러내기 시작했는데, 주로 메리디안(Meridian)이나 린(Lynn)같은 디지털 소스 특화 브랜드들이 주축이 되어 그들만의 독특한 시스템을 구성해오고 있다. 이런 부류의 브랜드들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하나의 접점으로 파악할 수가 있는데 바로 불필요한 컨버팅을 최소화 한다는 목적이다.

디지털을 아날로그로, 혹은 그 역으로 음 신호의 형태를 바꾸는 것이 오디오 분야에서 이야기하는 컨버팅(Converting), 즉 시그널 형태의 변환이다. 이제는 많은 오디오파일들이 필수품같이 사용하고 있는 DAC(Digital to Analogue Converter), 또는 턴테이블의 신호를 디지털로 바꾸어 주는 ADC 등이 이러한 음 신호포맷 간 통역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 하이파이 오디오의 음원 소스, 그 종류를 살펴본다면 압도적인 비율로 디지털 형태가 우위를 차지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이미 그 역사가 고전에 가까운 레드북 CD부터 각종 음원 파일 형태, 그리고 뮤직 서버/네트워크 플레이어 등으로 보편화된 디지털 스트리밍 음원 등 대부분의 음원 소스가 디지털 형태를 띄고 있다. 최근에는 아날로그의 성역으로 여겨졌던 공중파 라디오 방송조차도 디지털로 그 기반을 옮겨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턴테이블 만큼은 예외의 장르로 치자.)

지극히 상식적이다. 음원 제작 환경이 점점 디지털화 되어가고 있고, 이러한 디지털 음원 소스를 아날로그로 바꾸는 과정 없이 그대로 디지털로 처리/증폭하는 방식이 보다 하이파이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기술적으로 보자면 디지털과 아날로그 시그널 사이의 컨버팅은 상당히 중대한 음질적 손상을 야기한다는 것을 간과할 수 없기도 하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사이의 컨버팅으로 야기되는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위상(phase)의 틀어짐에 있다. 음 신호를 이루고 있는 주파수 형태가 물리적 각도로 뒤틀린 정도라고 설명할 수 있는데, 흔히 스피커에서의 위상 문제만이 표면적으로 대두되는 경향이 있지만 특히 디지털/아날로그 간의 컨버팅에서 그 폐해가 더욱 두드러진다.

이 위상이라는 것이 음질에 끼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심각한데, 스테레오 환경에서 양 쪽 스피커의 위상이 잘 맞지 않는 것만으로도 청감 상 느낄 수 있는 음질열화는 상당한 편이다. 소리가 메마르고 이미지 포커싱이 분명하지 않으며, 보컬이나 악기의 위치가 명확히 파악되지 않는다. 스테이징은 좁고 답답해지며 공간상 앞, 뒤의 깊이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경우에 따라 특정 주파수 대역의 소리가 거칠게 느껴지거나 심한 경우 저음 자체의 양감이 사라지기도 한다.

하물며 음 신호를 컨버팅하고 증폭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위상 왜곡은 디지털 오디오 처리과정에서의 지터(jitter)만큼이나 오디오 분야에서의 악의 축이라고까지 부를 만한 것이다.

▲ 다인오디오 Focus 200XD

Focus XD의 기본 구성

드라이버 유닛 제조사로서뿐 아니라 카 오디오/프로 오디오 시장에서도 메이저 클래스로 평가받고 있는 다인오디오(Dynaudio)는 그들의 새로운 액티브 스피커 라인업을 설계할 때 바로 이 부분을 주목하여 연구를 진행해 왔다. 점점 디지털화 되어가는 다양한 음원 소스들를 가급적 컨버팅을 거치지 않는 방식으로 최종의 드라이버 유닛까지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가 결실을 맺은 Focus XD 시리즈는 다인오디오 액티브 스피커 연구의 최종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아날로그 앰프를 적용한 하이파이용 액티브 스피커뿐 아니라 프로 오디오 시장에서 호평 받고 있는 액티브 스피커들을 개발해온 노하우를 집적하여 내놓은 제품이 바로 FOCUS XD 시리즈.

FOCUS XD 시리즈는 한 쌍의 스테레오 액티브 스피커와 커넥트(Connect)라 불리는 와이어리스 허브 제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이 세 덩어리의 컴포넌트들은 상호간 100% 무선 환경으로 연결되며 필요에 따라 고음질 음원 지원을 위해 유선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스피커는 규모에 따라 북셀프 타입인 200XD, 스몰 타워 타입의 400XD, 그리고 비교적 대형기로 분류될 수 있는 600XD 등 총 세 가지 모델이 출시되고 있다.)

입력 가능한 음원 소스 형태로는 말 그대로 대부분의 것들이 적용 가능하다. USB/광 입력/코엑시얼 입력 등의 디지털 소스를 받아들일 수 있으며, RCA/3.5mm 미니 잭 형태의 아날로그 입력도 가능하다. 심지어 블루투스 및 DLNA를 지원하는 와이파이 스트리밍까지도 지원한다. 이 모든 음원 소스는 함께 제공되는 손바닥 만한 커넥트(Connect)제품에 연결되며 커넥트에서는 소스 셀렉팅 이후 과정을 GHz 단위의 디지털 무선 신호로 각 스피커에 전달한다.

리모컨 수신부는 스피커 전면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청음 공간에는 스피커와 리모컨만 자리잡고 있으면 전혀 문제가 없다.

무선 신호라는 것이 생각보다 변수가 많은 편이어서 각종 간섭이나 장애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가 없다. Focus XD는 이에 총 3가지의 다른 주파수 대역을 지원함으로써 인스톨 장소에서의 전자파 간섭을 물리적으로 피해갈 수 있도록 하였다. 커넥트 제품의 뒷면 토글 스위치와 리모컨에서의 버튼을 한 번씩 눌러주면 주파수 변경이 완료된다.

▲ 다인오디오 Focus 200XD

위상(phase)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

Focus XD에서의 신호 처리 과정은 입력 단계부터 최종 증폭의 단계까지 100% 디지털 형태를 고수한다. 물론 아날로그 입력을 받은 경우에 부득이하게 디지털 신호로 한 번 바꾸는 과정을 거치지만 자주 사용되는 경로가 아님을 생각한다면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즉, 턴테이블 사용자가 아니라면 대부분 디지털 입력을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스피커에 내장된 DSP는 커넥트로부터 전달받은 무선 시그널을 본격적으로 가공하기 시작한다. 주파수 대역 별 위상 보정과정을 거치고, 몇 가지 사용자의 주문사항을 음 신호에 적용하도록 해준다. 그리고 역시나 같은 DSP 단계에서 디지털 크로스오버를 행하여 각 드라이버 유닛에 배분할 주파수 대역을 나누는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이렇게 나뉜 디지털 상태의 음 신호는 드라이버 각각에 연결된 PWM(Pulse Width Modulation) 앰프를 통해 증폭되기에 이른다.

위에서 언급한 “사용자의 주문사항”이란 Focus XD에 적용된 룸 어쿠스틱 보정기능을 뜻한다. 스피커 뒷면 컨트롤부에는 Speaker Position이라는 노브가 하나 있는데, 표기되어 있는 파라메터들을 보면 Neutral/Wall/Corner 등의 이름이 사용되었다. 기능상으로 보자면 스피커 설치 위치에 따라 저음역의 특성을 바꾸는 것에 다름없다.

한 가지 통상의 이퀄라이저와 다른 점이라면 이 기능은 저음의 양이 아닌 크로스 오버를 능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음을 어느 주파수에서 어느 슬로프로 깎고 붙여낼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다. 그리고 비 전문가일 가능성이 높은 이 제품의 사용자들을 위해 그 표현은 벽, 구석, 일반적인 환경 등으로 표기한 것이다.

Focus XD는 액티브 크로스 오버가 적용되는 회로이기 때문에 이미 존재하는 회로에 이런 식으로 저음의 크로스 오버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는 것은 음질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고음역의 음압도 1dB단위로 3단계 조절 가능하다.

실제로 이 기능을 사용하여 음악을 재생해 보면 그 어느 포지션을 선택하더라도 음 대역간의 밸런스가 깨지는 일이 없다. 공간을 가득 채우는 저음의 풍부한 음압이 구현되더라도 부밍 등의 악영향을 교묘하게 피해갈 수 있다는 점은 매우 매력적이다.

디지털 방식의 음 신호 처리방식에서 음질적으로 가장 크게 이득을 볼 수 있는 부분이 바로 크로스오버 부분이다. 일반적인 아날로그 패시브 스피커에서의 네트워크 크로스오버, 즉 저항/캐패시터/코일로 이루어진 물리적 회로는 앞서 그 중요성을 강조한 위상의 틀어짐 문제에 크게 관여하기 때문이다. 기술력이 뒷받침 될 경우, 디지털 크로스오버 방식의 음질적 우수함은 이미 프로 오디오 분야에서 다양하게 입증된 바 있다. 다인오디오가 그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 다인오디오 Focus 400XD

디지털이지만 디지털이 아닌 앰프 시스템

Focus XD의 내장 앰프는 디지털 방식이기도 하고 디지털 방식이 아니기도 하다.

다인오디오 본사 측에서도 Focus XD는 D클래스 앰프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데, (물론 디지털 앰프와 D클래스 앰프는 각기 다른 개념이다.) Focus XD에 사용된 PWM(Pulse Width Modulation)방식의 앰프 시스템이 매우 독특한 개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이 되는 부품은 TI社의 TA5015.

PWM 알고리즘은 단순히 0과 1로 디지털 신호를 다루는 것이 아니다. 0과 1을 사용하는 것은 맞지만 아날로그 웨이브 형태를 0/1의 디지털 신호를 펄스화 하여 표현하는 것이다. 즉 디지털 신호를 펜으로 사용하여 아날로그 신호를 그대로 그려내는 방식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PWM을 완벽히 설명하는 케이스는 아니지만 기본적 원리를 위 그림과 같이 이해할 수도 있다.

Focus XD의 PWM 증폭방식에서는 최종적으로도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형태로 바꾸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아날로그 형태로 그려진 음 신호를 그대로 스피커에 전달만 하면 그만인 것이다. (임피던스 보정 및 몇몇 필터 문제는 논외로 친다.) 좀 더 깊은 이해를 원하는 이들은 DSD 알고리즘의 구현 방법에 대해 공부해 본다면 도움이 될 것으로 사료된다.

멀티앰핑 시스템의 구현은 매우 매력적이다.

Focus XD 의 증폭 모듈은 한 개당 150W의 정격 출력을 가진다. 그리고 이 모듈은 스피커의 모든 드라이버 유닛에 개별적으로 연결되는 방식이다. 즉 드라이버 트위터/미드우퍼 이렇게 2개로 구성된 200XD 모델은 채널당 300W를, 드라이버 유닛이 3개로 구성된 400XD 모델은 채널당 450W, 그리고 드라이버 유닛이 4개인 600XD는 무려 채널당 600W의 고출력 파워앰프를 내장한 셈이다.

일반적인 하이파이 오디오 환경에서 모노블럭도 모자라서 각 드라이버 별로 멀티 앰핑을 한다고 생각했을 때의 비용과 어려움을 생각해 본다면 Focus XD의 멀티 앰핑 구성은 실로 매력적이지 않을 수가 없다. 구동력이 보장된 앰프를 등에 업고 있는 스피커는 실로 다양한 객기를 부릴 수가 있는데, 그 중 Focus XD가 관심을 가진 것은 바로 드라이버 유닛의 댐핑 능력이다.

▲ 다인오디오 Focus 600XD

막강한 구동력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Focus XD의 우퍼 드라이버 유닛은 물리적으로 매우 단단한 물리적 특성을 보여준다. 실제 손으로 드라이버 콘지를 눌러보면 여타의 다인오디오 스피커들과 비교해서도 상당히 단단한 느낌이다. 즉, 음압을 쉽게 확보하기 어려운 대신 단단하고 정확한 저음재생에 보다 유리하고 재생음 전반에 걸친 스피드에 크게 일조할 수 있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물론 Focus XD와 같이 각각의 드라이버에 별도로 파워 공급이 가능한 상황이라면 음압 확보 조차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실제 청음을 해보면 북셀프 모델인 20 XD 조차도 어지간한 대편성 오케스트라 재생에서 크게 뒤쳐지는 느낌을 받지 않는다. 스테이징의 정확성은 저음역의 댐핑능력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대입해 보면 납득이 가는 퍼포먼스가 아닌가 싶다. 물론 40 XD 이상의 대형기에서는 보다 본격적으로 스테이징의 리얼리티가 확장되는 경향이 있다.

앰프의 출력이 출중하다는 것은 음질평가에 있어서 여러 가지 이점을 가지고 갈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Focus XD 시리즈 스피커들의 장기라 하면 저음량 레벨에서의 완벽에 가까운 음 대역간 밸런스 유지라고 할 수 있다. 아주 작은 볼륨에서도 저음 표현의 섬세한 뉘앙스가 훌륭했으며 반대로 큰 볼륨에서는 쉽게 피크를 드러내기 쉬운 중음역대가 나대는 참사가 전혀 벌어지지 않았다.

전형적인 모니터링 스피커의 기본 덕목이라고 볼 수 있다. 흔히들 모니터링 스피커, 혹은 모니터 적인 스피커의 특색으로 손꼽는 음 대역의 리니어리티보다도 훨씬 중요한 사항이 아닐 수 없다.

▲ 다인오디오 Focus 200XD, 400XD (사진 제공 : 와인오디오)

Focus XD는 와이어리스 하이엔드를 표방하는 다인오디오의 XEO 시리즈의 연장선상에 위치한 라인업이다. 기본적인 드라이버 유닛 클래스는 패시브 라인업인 Focus 시리즈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구동력 측면에서 매우 매력적인 고유의 멀티 앰핑 시스템을 얹음으로써 최종적인 사운드 퀄리티는 이미 Focus 시리즈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브랜드 측 입장을 포함,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된 Focus XD의 핵심은 주로 완전한 무선 환경의 편리함 및 일반 하이파이 오디오 시스템과 동일한 시각에서의 음색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오히려 해외의 유명 오디오 포럼이나 국내 오디오 동호회 카페 등에서 Focus XD의 기술적 포인트에 관심을 가지고 자체적으로 연구까지 진행해온 이력이 있을 정도이다. (특히 디지털 증폭 시스템에 대해서는 다양한 아티클이 존재한다.)

Focus XD의 기본 컨셉은 디지털 음원을 위상문제 없이 강력한 멀티앰핑으로 구현한다는 것이다. 다인오디오라는 브랜드 자체가 워낙 드라이버 유닛 및 스피커 쪽으로 특화되어 있긴 하지만 Focus XD에서만큼은 하드웨어적 완성도를 기본으로 소리에 대한 모든 숙제를 풀어나가고자 한 노력을 느낄 수 있었다. 어찌 보면 기존의 하이파이 앰프 브랜드들에게는 일대 위협이 될 수도 있는 제품군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