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올닉 제품 안내 ※
올닉 내수용 제품은 비닐 포장이 없으며,
전원 케이블이 포함되어 있지 않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왜 헤드앰프(Head amplifier)인가
‘H-7000V’는 왜 헤드앰프를 품에 안았을까. 올닉에 따르면 ‘H-7000V’는 기존 출시된 진공관 헤드앰프 ‘HA-3000’과는 달리 트랜지스터를 쓴 초저노이즈 솔리드 헤드앰프를 내장했다. 제대로 만든 헤드앰프가 포노 스테이지에 들어간 경우는 이번 ‘H-7000V’가 유일하다. 입력 임피던스는 860옴으로 모든 MC 카트리지에 최적화돼 있다는 게 올닉 측 설명이다. 찬찬히 따져보자.
카트리지는 캔틸레버에 장착된 스타일러스가 LP 음구(groove)를 따라 움직이면서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를 신호증폭을 위한 전기에너지로 바꿔주는 장치다. 이때 캔틸레버와 함께 자석이 움직이면서 전기에너지를 얻는 것이 MM(moving magnet) 카트리지, 캔틸레버 끝에 감긴 코일이 움직이면서 전기에너지를 얻는 것이 MC(moving coil) 카트리지다. MM카트리지는 캔틸레버와는 상관없이 코일을 많이 감을 수 있어 높은 출력전압을 얻을 수 있는데 비해, MC카트리지는 코일을 많이 감을 경우 캔틸레버가 무거워지기 때문에 코일을 최소로 감아야 하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MC카트리지는 MM카트리지는 따라올 수 없는 커다란 장점이 있는데, 그것은 캔틸레버와 상관없이 큰 자석을 쓸 수 있어 더 많은 전기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코일을 적게 감는 덕분에 고역의 표현력이 MM카트리지에 비해 압도적으로 좋다는 장점도 있다. 왜냐하면 코일을 적게 감을수록 인덕턴스는 낮아지고 이에 따라 코일에서 발생하는 전체 임피던스(유도성 리액턴스)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유도성 리액턴스는 다음과 같은 공식으로 계산할 수 있다. XL=2πfL, XL : 유도성 리액턴스(Ω), π : 원주율, f : 전류주파수(Hz), L : 인덕턴스(H). 즉, MC카트리지는 인덕턴스값이 낮기 때문에 전체 임피던스가 낮고(통상 10옴), 때문에 같은 고주파라도 MM카트리지(통상 47k옴)에 비해 더 수월하게 재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역시 MC카트리지의 출력전압이 포노 스테이지를 드라이브하기에는 너무나 낮다는 것. MM카트리지의 출력전압이 2~8mV인데 비해 MC카트리지는 10분의 1 수준인 0.15~2.5mV에 불과하다. MC 입력 포노 스테이지 앞단에 승압트랜스가 반드시 들어가는 것은 이처럼 오디오 신호 중 가장 낮은 MC카트리지의 출력전압을 높여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승압트랜스는 전기에너지(1차 권선), 자기에너지, 전기에너지(2차 권선) 순으로 에너지가 변환(transform), 전달되는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한다는 것이 문제다. 이는 코일 저항과 코어 포화 때문인데, 이러한 에너지 손실률은 트랜스가 작을수록, 권선비가 높을수록 커진다. 승압트랜스의 재생주파수 대역이 좁고 음이 찌그러지는 이유도 트랜스 크기 자체가 아주 작은데다 권선비는 1대30에 이를 정도로 높아 에너지 손실률이 20%에 이를 정도로 높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승압트랜스에서는 고역과 저역이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승압트랜스의 중역대가 도톰하게 들리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러한 협대역 재생에 따른 반사이익(?)일 뿐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헤드앰프다. 포노 스테이지 앞에 위치한다고 해서 ‘헤드앰프’(Head ampliifier) 또는 ‘프리프리앰프’(Pre-preamplifier)라 불린다. 승압트랜스와는 달리 MC카트리지로부터 나온 낮은 출력전압을 ‘앰프’라는 말 그대로 적극적으로 ‘증폭’시켜 포노 스테이지에 전달해준다. 관건은 노이즈 관리인데, 이는 앰프의 속성상 음악신호 뿐만 아니라 노이즈도 함께 증폭되기 때문이다. 올닉의 헤드앰프 ‘HA-3000’이 뛰어났던 것도 바로 노이즈가 측정불가일 정도로 적었던 덕분이다.
여기서 드는 궁금증 하나. 그러면 왜 ‘H-7000V’에서는 이 단점이 많은 승압트랜스를 빼지 않았을까. 필자가 보기에 그것은 음악 장르나 개인 취향에 따라 승압트랜스와 헤드앰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비록 에너지 손실율이 적다는 점에서는 헤드앰프가 승압트랜스에 비해 앞서지만, 승압트랜스 특유의 진하고 굵은 ‘트랜스맛’을 좋아하는 애호가들도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재즈나 팝이면 승압트랜스로, 소나타나 협주곡은 헤드앰프로 들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실제로 직접 리뷰를 해보니 헤드앰프를 선택하면 대역이 넓게 그리고 유려하게 펼쳐졌고, 승압트랜스는 대역은 조금 좁아졌지만 진하고 두터운 음색을 맛볼 수 있었다.
더욱이 퍼멀로이 합금을 코어로 쓴 올닉의 승압트랜스 기술은 이미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올닉의 단품 승압트랜스 ‘AUT-2000’가 200만원대 제품인데도 특히 유럽에서 인기가 높은 이유다. ‘H-7000V’의 경우 맨 뒤에 있는 2개의 원통형 박스가 바로 승압트랜스(채널당 1개)인데, 위에 달린 노브를 통해 게인을 4가지(+22dB, +26dB, +28dB, +32dB)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x13, x20, x26, x40’ 눈금은 데시벨로 표기된 게인을 10진법으로 알기 쉽게 표시한 것이다.

또다른 비기, LCR 필터와 멀티커브 이퀼라이징 모듈
‘H-7000V’의 외관을 보자. ‘H-7000V’는 기본적으로 전원부와 증폭부를 분리한 2블럭 포노 스테이지다. 미약한 카트리지 신호를 다루는 포노 스테이지 성격상 이같은 전원부 분리형 설계는 기본 중의 기본. 별도 전원부에는 전압변동률이 1% 미만인 전원트랜스를 비롯해 정류 및 평활회로가 탑재됐다. 전원트랜스로부터 들어온 승압된 교류를 맥류로 바꿔주는 정류회로에는 진공관 5AR4가 정류관으로 투입됐고, 정류회로를 거친 맥류를 본격적인 직류 전기로 바꿔주는 평활회로는 전형적인 ‘파이’ 타입(커패시터-초크코일-커패시터) 설계로 짜여졌다.
진동제거를 위해 두터운 두랄루민 섀시에 담긴 증폭부는 ‘기계’를 좋아하는 사내들이라면 거의 로망급으로 봐도 될 만큼 올닉의 디자인 아이덴티티가 고스란히 살아있다. 전면 패널에서 은은한 오렌지 빛깔을 뽐내는 커런트 미터 2개, 4개의 입력신호(MC1, MC2, MM1, MM2)를 선택할 수 있는 정중앙의 셀렉터 노브, 양 측면에 자리잡은 거대한 손잡이, 그리고 본체를 거의 가득 메운 8개의 진공관과 10개의 트랜스, 2개의 모듈은 그야말로 기계공학의 결정체라 할 만하다. 더욱이 투명한 폴리카보네이트 침니에 담긴 진공관의 가녀린 선홍색 불빛은 이미 LP 애호가들의 심장을 저격할 준비를 마쳤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정중앙에 있는 직육면체 모양의 2개 모듈이 시선을 잡아맨다. 위에서 말한 원통형 승압트랜스 바로 앞에 붙어있는데, 상판 플레이트에는 ‘Multi-Curve LCR Unit’이라고 씌어있고 그 위에는 2개의 작은 둥근 노브가 달려있다. 보자마자 만지고 싶고 돌리고 싶어진다. 한쪽 노브는 ‘롤오프(roll-off)’ 조절용, 다른쪽 노브는 ‘턴오버(turn-over)’ 조절용이다. 채널당 1개씩 설치된 이것이 바로 ‘H-3000V’ 때부터 국내외 아날로그 마니아들로부터 극찬을 받아온 ‘멀티커브 LCR 이퀼라이징 모듈’이다.
이 모듈은 쉽게 말해 1) 이 세상 모든 아날로그 음반(레코드)에 담긴 음악신호를 정확히 복원해낼 수 있는 포노 이퀼라이저이며, 2) 그 이퀼라이징 방식으로 LCR(코일-커패시터-저항) 결합방식을 썼다는 뜻이다. 그리고 LCR 필터로 멀티커브 이퀼라이징이 가능한 포노 스테이지는 전세계적으로 현재 올닉의 ‘H-7000V’가 유일하다.
잘 아시는 대로 SP, LP 등 아날로그 음반은 제한된 디스크에서 더 오랜 재생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음원정보가 기록되는 음구의 폭을 조절해야 했다. 음구 폭이 넓은 저역은 그래서 레벨을 낮춰 음구를 덜 파내고, 음구 폭이 좁은 고역은 반대로 레벨을 높여 커팅을 한 것이다. 즉, 특정 주파수(턴오버 주파수) 이하의 저역은 원래보다 6dB 낮춰 커팅하고, 고역은 원래보다 높여(10kHz 재생시 감쇄량=롤오프로 표기) 커팅했다. 이것이 바로 이퀼라이징 커브, ‘EQ 커브’다. 레코드 재생시에는 EQ 커브와 정반대로 보정(이퀼라이징)을 해주면 전 대역에서 원래 음악신호를 얻을 수 있는 원리다.
그런데 문제는 각 음반사마다 이 EQ 커브가 달라 음반 재생시 음질이 균질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회사마다 저역의 ‘턴오버’ 주파수와 고역의 ‘롤오프’ 감쇄량이 달랐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데카는 턴오버가 500Hz, 롤오프가 -11dB인데 비해, 필립스는 400Hz와 -5dB, RCA(1949~1951)는 700Hz와 -13.7dB였다. 그래서 1953년 미국레코드산업협회(RIAA. Recording Industry Association of America)가 확정한 표준화 EQ 커브가 바로 ‘RIAA 커브’다. RIAA 커브는 턴오버 주파수는 500Hz, 롤오프 감쇄량은 -13.7dB를 표준으로 삼았다.
따라서 ‘H-7000V’의 멀티커브 이퀼라이징 모듈을 이용하면 RIAA 커브는 물론 그 이전 레코드도 정확히 재생할 수 있다. 오른쪽 노브로는 턴오버 주파수를 250Hz, 400Hz, 500Hz(RIAA), 700Hz 중에서 선택하고, 왼쪽 노브로는 롤오프 감쇄량을 -5dB, -11dB, -13.7dB(RIAA), -16dB 중에서 선택하면 된다. ‘H-7000V’ 매뉴얼에는 각 음반사의 연도별 턴오버 주파수와 롤오프 감쇄량이 친절히 적혀 있는 만큼 이에 맞춰 저역은 부스트시키고 고역은 감쇄시키는 방식으로 조절하면 가장 최적화한 재생음을 즐길 수 있다.
그런데 ‘H-7000V’가 LCR 필터를 썼다는 것은 이 턴오버 주파수와 롤오프 감쇄량을 조절(de-emphasis)하는 회로에 2개의 직렬 코일(L)을 중심으로 커패시터(C)와 저항(R) 여러 개를 정교하게 결합시킨 일종의 패시브 필터를 투입했다는 것이다. LCR 필터는 액티브 필터(네거티브 피드백), CR 필터, 하이브리드 필터(네거티브 피드백 + CR 필터) 등 다른 이퀼라이징 방식(보통 100k옴 이상)에 비해 임피던스가 600옴에 그칠 정도로 낮고 자체 저항도 13옴에 그쳐 다이내믹스와 저역 응답성이 그만큼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단점은 임피던스 매칭 등 만들기가 힘들고 제조단가가 높다는 것뿐이다.

진공관 2단 증폭과 인터스테이지 트랜스, 진공관 정전압 회로
포노 스테이지의 또다른 역할이라 할 증폭은 어떻게 이뤄질까. 증폭단은 한 채널당 E810F 진공관 2개, 출력트랜스 2개를 쓴 2단 증폭구조다. 1단 증폭으로는 40~50dB에 달하는 게인을 확보하기 어려워 ‘진공관+출력트랜스’ 구성을 2세트 연이어 붙인 것이다. 그리고 각 단(stage) 사이에는 말 그대로 ‘인터스테이지 트랜스’가 투입, 일종의 커플링(coupling) 역할을 한다. 음질에 있어서 통상의 커패시터 커플링 방식보다 훨씬 장점이 많다.
E810F는 3극 접속해 쓸 경우 전류증폭률(gm)이 50mA/V에 달할 정도로 높고 내부저항(Rp)은 560옴으로 매우 낮은 역사적인 5극관. 출력트랜스 코어에는 다른 올닉 제품과 마찬가지로, 재생음의 스피드와 댐핑력을 결정짓는 초투자율이 일반적인 철 코어에 비해 아주 높은 퍼멀로이(Permalloy) 합금을 썼다.
정전압 회로도 눈여겨 볼 만하다. 외부의 전압이 아무리 변동해도 일정하게 기기 내부의 전압을 유지해주는 게 정전압회로인데, ‘H-7000V’에서는 전압 레귤레이터(Voltage regulator)로 3극관인 7233, 전압 에러 디텍터(Voltage Error Detector)로 5극관인 5654를 채널당 각각 1개씩 투입했다. 섀시 양 사이드에 위치한 2개 진공관 중에서 앞쪽이 7233, 뒤쪽이 5654다.
여기에 험과 노이즈를 더욱 줄이기 위해 전원 입력단에 인풋 초크트랜스를 거치게 한 점은 그야말로 신의 한수. 이미 외장 전원부를 통해 리플이 제거돼 들어온 직류전기이지만 또 한차례 트랜스를 거치게 함으로써 노이즈의 씨를 말려버린 셈이다. 올닉의 포노스테이지가 다이나믹 레인지와 함께 특히 S/N비가 좋은 것은 이같은 꼼꼼한 진공관 정전압 설계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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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8.1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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